‘높이의 벽’과 ‘편파 판정’ 넘지 못한 여랑이들, 헝가리전 석패에도 희망을 쐈다 2026 FIBA 여자농구 월드컵 B조 3차전 73-82 패배, B조 3위로 8강 진출전행

[개요]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26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유럽의 강호 헝가리를 맞아 코트 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FIBA 랭킹 15위)은 7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막스 슈멜링 할레에서 열린 B조 예선 3차전 헝가리(19위)와의 경기에서 73-82로 패했다. 이로써 조별리그 성적 1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프랑스(3승)와 헝가리(2승 1패)에 이어 B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감했다.
주전 센터 박지수의 부상 결장과 평균 신장 177cm라는 치명적인 높이의 열세,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판정 불균형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특유의 압박 수비와 매서운 외곽포로 경기 종료 직전까지 2점 차 접전을 펼쳤다. 조 3위를 확정한 한국은 오는 9월 8일 A조 2위 팀과 8강 진출권을 놓고 운명의 일전을 치른다.
1. 177cm 대 183cm의 한계… ‘장대숲’ 헝가리에 고전한 높이와 제공권
농구에서 신장의 차이는 절대적인 요소다. 이번 대회 참가국 중 평균 신장이 177cm로 가장 낮았던 한국은 190cm 중반대의 장신 빅맨 3명을 포함해 팀 평균 신장이 183cm에 달하는 헝가리를 상대로 시작부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최장신 선수가 185cm의 박지현일 정도로 골밑의 무게감이 떨어진 한국은 리바운드 싸움에서 21-43으로 무려 두 배 이상 밀리며 제공권을 완전히 내줬다.
경기 초반 리바운드 열세는 곧바로 4-11의 리드로 이어졌고, 한국은 경기 시작 후 6분 동안 박지현의 6 득점에 묶이며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1 쿼터 후반 허예은과 최이샘의 연속 3점 슛이 터지기 전까지 상대의 장대숲 수비에 가로막혀 외곽을 전전해야 했다. 이소희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가 워낙 높이가 좋은 팀이다 보니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는 부분이 있었고, 골밑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점이 가장 아쉽다”라며 높이의 벽을 실감했음을 표현했다.
2. 자유투 시도 ‘6 대 34’의 기적적인 불균형… 스포츠 외교력 한계 드러낸 판정
이날 경기의 최대 승부처이자 논란거리는 심판진의 석연치 않은 파울 콜이었다. 베테랑 심판진이 포함된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판정의 기준은 한국에 유독 가혹했다. 2 쿼터 들어 헝가리의 골밑 공격을 저지하던 한국은 순식간에 파울이 누적됐다. 이해란(3개), 강이슬, 박지현, 최이샘(이상 2개) 등 주전 선수들이 일찍이 파울 트러블에 걸리며 수비가 급격히 위축됐다.
반면 한국 선수들이 골밑 돌파나 슛 동작에서 넘어지는 유사한 상황에서는 휘슬이 울리지 않았다. 이날 헝가리가 얻어낸 자유투는 무려 34개(28개 성공)에 달했던 반면, 한국이 얻어낸 자유투는 단 6개(5개 성공)에 불과했다. 자유투 시도 6 대 34라는 수치는 양 팀의 경기 스타일을 감안하더라도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난 편파 판정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팀의 핵심 슈터 강이슬이 상대의 그림자 수비와 석연찮은 판정 속에 야투 6개, 자유투 5개를 모두 놓치며 0점으로 묶인 것도 한국에게는 뼈아픈 악재였다.
3.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과 압박… 턴오버 21개 유발하며 3쿼터 역전 드라마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 대표팀을 받쳐준 동력은 끈질긴 투혼과 체계적으로 준비된 압박 수비였다. 한국 가드진은 앞선에서부터 거센 트랩 수비와 밀착 마크를 펼치며 헝가리의 실책을 유발했다. 한국이 기록한 10개의 스틸은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는 결정적 무기가 됐다. 이로 인해 헝가리는 무려 21개의 턴오버(한국은 9개)를 저지르며 스스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3 쿼터 들어 한국의 에너지 레벨은 최고조에 달했다. 막내 홍유순이 장신 숲 사이에서 귀중한 리바운드를 따냈고, 안혜지가 과감한 돌파와 3점 슛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3 쿼터 막판 이소희의 스틸에 이은 레이업, 허예은의 동점 3점포에 이어 이소희의 외곽포가 연달아 터지며 한국은 54-53으로 첫 역전에 성공했다. 4 쿼터 종료 1분 전까지 70-72로 2점 차 턱밑 추격을 이어가는 등 40분 내내 코트에 몸을 던지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4. 에이스 박지현의 21점 분전과 ‘신스틸러’ 최이샘의 경이적인 3점 슛 72.7%
개인 기량 면에서는 선수들의 고군분투가 빛났다. 에이스 박지현은 21점 4 어시스트 2 스틸로 2경기 연속 20+득점을 올리며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다. 가드진의 안혜지(10점 3 어시스트)와 허예은(9점 4 어시스트), 이소희(12점) 역시 날카로운 스피드로 상대 인사이드를 저어놓았다.
특히 벤치에서 출전한 최이샘의 활약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부상으로 한동안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던 최이샘은 이번 대회 한국의 핵심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했다. 헝가리전에서도 13점 5 리바운드 2 어시스트로 분전했으며, 경기 종료 1분 전 추격의 3점포를 터뜨려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조별리그 3경기 동안 평균 12.3점 2.7 리바운드를 기록한 최이샘은 3점 슛 성공률에서 무려 72.7%(경기당 2.7개 성공)라는 경이적인 치수를 남기며 대표팀 외곽의 확실한 무기로 떠올랐다.
[총평]
비록 헝가리전의 결과는 73-82 패배였고, B조 3위라는 아쉬운 순위표를 받아들었지만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박지수의 부재로 인한 극심한 높이의 열세, 6 대 34라는 압도적인 자유투 불균형, 에이스 슈터의 득점 침묵이라는 트리플 악재 속에서도 대표팀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상대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부족한 신장을 한 발 더 뛰는 움직임으로 메웠고, 강력한 압박을 통해 헝가리로부터 21개의 실책을 끌어내는 등 준비된 전술을 완벽히 이행했다.
4 쿼터 막판 5초 바이얼레이션이나 이해란의 5 반칙 퇴장 등 승부처에서의 미숙한 경기 운영은 8강 진출전을 앞두고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며 대표팀은 빠르고 유기적인 공수 전환과 강한 압박 수비라는 자신들만의 확실한 색깔을 찾았다.
"잃을 것이 없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는 이소희의 각오처럼, 이제 모든 시선은 8일 펼쳐질 A조 2위와의 8강 진출전으로 향한다. 판정의 불리함과 신장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투혼과 조직력으로 넘어서려는 '여랑이들'의 진짜 도전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다.
※ '여랑이'는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공식 마스코트이자 별칭입니다.
- '여자농구'의 '여'와 호랑이의 '랑이'를 합성한 단어로,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상징인 호랑이처럼 강인하고 용맹하게 코트를 누비는 여자농구 대표팀을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