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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리포트] '박기원 마법'에 덜미 잡힌 한국 배구, 아시아선수권 8강 한중전 외나무다리 서다

by sports-playbook 2026. 9. 10.

[기획리포트] '박기원 마법'에 덜미 잡힌 한국 배구, 아시아선수권 8강 한중전 외나무다리 서다

 

대한민국 남자배구 허수봉 선수 사진출처 AVC 인스타그램
대한민국 남자배구 허수봉 선수 사진출처 AVC 인스타그램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이 2026 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C조를 2위(2승 1패, 승점 7)로 마감하며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카타르를 3-0으로 완파하며 반등에 성공했으나, '지한파'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태국과의 일전에서 2-3 풀세트 패배를 당한 여파로 C조 1위 자리를 태국에 내줬다. 이로 인해 한국은 8강전에서 숙적 중국과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치게 됐다. 2028 LA 올림픽 출전권 및 2027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배구가 안고 있는 구조적 약점과 세대교체의 진통, 그리고 한중전 승리를 위한 과제를 종합 분석한다.

 

1. '지한파' 박기원 감독의 송곳 분석, 태국전 충격패의 전말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태국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발목을 잡혔다. V-리그 무대와 한국 배구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기원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공격 패턴과 수비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목적타 서브와 리딩 블로킹: 한국 수비진의 약점을 겨냥한 집요한 목적타 서브로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고, 한국 공격수들의 익숙한 코스를 길목마다 차단하는 철저한 맞춤형 블로킹 시스템을 선보였다.
시스템의 승리: 객관적인 신장과 개인 기량 면에서는 한국이 앞섰으나,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전술적 체계를 구축한 박기원 감독의 가다듬어진 시스템 배구 앞에 한국은 리듬을 잃고 좌충우돌했다.

 

2. '주포' 허수봉의 분전과 임동혁의 부상 악재

 대표팀의 에이스 허수봉은 이번 조별리그 동안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넘나들며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특히 카타르전에서는 14 득점과 함께 결정적인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공격 축을 담당하던 임동혁이 경기 중 허리 통증을 느껴 이탈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5세트 접전 상황에서 임동혁의 부재는 공격 옵션의 단조로움으로 이어졌고, 허수봉에게 과도한 공격 비중이 쏠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행히 임동혁의 부상이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었으나, 토너먼트 본선에서의 정상 컨디션 회복 여부가 대표팀 화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3. 베테랑 부재와 세대교체의 과제, 라미레스호의 고민

이번 대회 대표팀 명단을 두고 배구계 안팎에서는 베테랑 선발 제외에 대한 논란과 토론이 이어졌다. 라미레스 감독은 "동일한 기량이라면 어린 선수를 기용해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한다"는 세대교체 기조를 유지해 왔다.
세터 및 미들블로커 라인의 경험 부족: 한선수, 신영석, 최민호 등 리그 최정상급 노련한 베테랑들이 빠진 자리를 한태준, 이상현 등 젊은 선수들이 채웠으나, 경기 흐름이 틀어졌을 때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리딩 능력'과 수싸움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제무대 경쟁력: 경기 흐름을 반전시킬 배테랑의 중심점 없이 치러지는 토너먼트에서 어린 선수들이 느낄 중압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라미레스 감독의 지도력을 시험받는 무대가 되고 있다.

 

4. 8강 중국전 전망, 높이와 서브를 넘어야 산다

C조 2위로 8강에 오른 한국의 상대는 B조 2위를 차지한 중국이다. 세계랭킹 수치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으나, 중국은 장신 블로커진과 압도적인 서브 파워를 보유한 까다로운 상대다.
중국의 핵심 전력: 유럽 무대 경험이 있는 장징인을 비롯해 주포 왕빈 등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날개 공격수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의 승리 방정식: 중국의 높은 블로킹 벽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단조로운 오픈 공격을 지양하고, 박경민 리베로를 중심으로 한 정교한 첫 번째 리시브가 필수적이다. 세터진의 속공 활용과 빠른 템포의 파이프(백어택) 공격이 살아나야 중국의 높이를 흔들 수 있다.

 

총평

이번 2026 아시아선수권대회는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더 이상 절대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경종이었다. 동남아시아 배구의 급격한 상승세와 박기원 감독이 보여준 전술적 완성도는 한국 배구에 깊은 시사점을 안겼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8강전에서 맞붙는 중국전은 단순한 1경기 승패를 넘어, 2028 LA 올림픽과 2027 세계선수권 출전권으로 가는 길목이자 라미레스호 세대교체의 성패를 가름할 분수령이다. 완벽한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허수봉·임동혁 등 핵심 공격진의 집중력이 조화를 이룬다면 반전의 드라마는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남자배구가 중국이라는 큰 산을 넘고 다시 아시아 정상권을 향해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