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부상 악재 딛고 달성한 값진 1승, 16년 만의 8강 진출 청신호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26 FIBA 여자농구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프리카 최강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99대 66으로 대승을 거두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대회 개막 전, 대표팀의 골밑을 책임지던 핵심 센터 박지수의 부상 이탈이라는 대형 악재가 겹치며 FIBA 파워랭킹 13위까지 떨어졌던 한국은, 특유의 기동력과 짜임새 있는 모션 오펜스를 앞세워 전력의 열세를 완벽히 극복했다.
이번 승리로 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목표로 했던 1승을 조기에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2010년 대회 이후 16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한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99 득점이라는 폭발적인 화력과 함께 펼쳐진 이번 경기는 신장의 열세를 스피드와 외곽포로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명승부였다.
[1 쿼터~2 쿼터] ‘높이의 열세’를 덮은 3점포의 향연, 강이슬과 최이샘이 연 코트의 기강
경기 초반은 예상대로 고전의 연속이었다. 박지수의 부상 공백으로 인해 페인트존에서의 높이 열세가 뚜렷하게 드러났고, 나이지리아의 공격적인 세컨드 찬스 득점과 트랜지션에 밀리며 주도권을 내주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국가대표 최고 슈터 강이슬이 있었다.
깔끔한 인바운드 패스 패턴으로 첫 득점을 올린 한국은, WNBA 무대를 경험한 박지현의 환상적인 수비 성공으로 이어진 속공 기회에서 강이슬이 첫 3점 슛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순식간에 반전시켰다. 나이지리아가 팀 내 에이스 에이미 오콘코를 앞세워 피지컬 농구로 맞섰지만, 강이슬의 신들린 외곽포는 오프닝 쿼터를 완전히 지배했다.
여기에 벤치에서 출전한 최이샘이 연달아 3점슛 2개를 터뜨리며 힘을 보탰고, 박지현의 감각적인 드라이빙 레이업까지 더해지며 1 쿼터 리드를 잡는 데 성공했다. 2 쿼터 들어 나이지리아의 주전 가드 에진 칼루의 돌파가 살아나며 한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한국은 강한 투지로 상대 공격자 반칙을 유도하며 흐름을 저지했다. 강이슬의 백투백 3점포가 터지며 외곽 수비가 쏠리자, 다른 선수들의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 전반을 리드한 채 마칠 수 있었다.
[3 쿼터] 위기 속에서 빛난 투지와 센스, 이해란의 연속 득점이 만든 방어선
후반전이 시작되자 한국은 한 발 더 뛰는 기동력으로 나이지리아의 실책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이해란이 기막힌 풋워크로 후반 첫 득점을 올리며 기세를 올렸으나, 아프리카 최고의 스타 오콘코가 살아나며 나이지리아의 거센 추격이 시작되었다.
상대가 허예은의 피지컬 약점을 노려 페인트존을 집중 공략하고 오콘코의 외곽포까지 터지면서 스코어는 1점 차까지 좁혀졌다. 경기 내내 앞서가던 대표팀에게 가장 위험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때 팀을 구한 것은 이해란의 과감한 결단력이었다. 강이슬에게 수비가 쏠린 틈을 타 매우 중요한 타이밍에 연속 득점을 올리며 상대의 추격 흐름에 차가운 물을 끼얹었다. 최이샘 역시 천금 같은 3점 슛을 보태며 주도권을 지켜냈다. 한국은 상대의 지역 방어를 정교한 미드레인지 게임으로 격파했고, 센터 김단비의 몸을 사리지 않는 차징 유도로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주지 않은 채 3 쿼터 마저 우위를 유지하며 승부처인 파이널 쿼터로 향했다.
[4 쿼터] 23개의 실책 유도와 50%의 외곽슛, ‘야니스 지연토쿤보’ 박지현의 압도적 지배
승부처인 4 쿼터, 한국의 압박 수비와 기동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나이지리아가 실책으로 쿼터를 시작하자, 박지현이 저돌적인 돌파로 파울을 얻어내고 허예은의 재치 있는 레이업이 더해지며 순식간에 점수 차는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이어 박지현의 3점포가 터지면서 경기 최다 점수 차인 11점 차 우세가 만들어졌다.
나이지리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지난 예선전 패배의 악몽을 떠올리며 멘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깔끔한 모션 오펜스로 박지현의 컷인 득점을 만들어냈고, 벤치에서 나온 이소희와 최이샘이 3점 슛과 속공 레이업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상대의 타임아웃을 강요했다.
특히 '야니스 지연토쿤보'라는 별명에 걸맞게 경기 내내 코트를 지배한 박지현은 27득점 6 리바운드 6 스틸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작성하며 공수 양면에서 완벽한 슈퍼 에이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나이지리아는 마지막 타임아웃 이후의 공격마저 실책으로 날렸고, 이소희의 자축 3점포가 터지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총평] 높이를 뛰어넘은 기동력과 자율성, 대한민국 여자농구의 새로운 이정표
이번 나이지리아전 승리는 단순히 조별리그 1승 이상의 거대한 가치를 지닌다. 당초 골밑의 핵 박지수의 부상으로 인해 파워 랭킹이 하락하고 높이의 열세가 명확했던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은 신장의 한계를 스피드와 외곽 생산력으로 완벽히 상쇄했다.
경기 내내 상대를 괴롭힌 강력한 로테이션 수비는 아프리카 최강 나이지리아로부터 무려 23개의 실책을 유도해 냈다. 공격에서는 50%에 달하는 높은 3점 슛 성공률과 유기적인 모션 오펜스를 바탕으로 남자 농구 경기에서도 보기 힘든 99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전반전 외곽을 책임진 강이슬, 승부처마다 고비 해결사로 나선 이해란과 최이샘, 그리고 공수 전반을 지배한 박지현까지 모든 선수들의 톱니바퀴 같은 호흡이 만들어낸 완벽한 작품이었다.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임을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번 증명해 낸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 첫 단추를 이보다 더 완벽하게 꿸 수는 없었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16년 만의 월드컵 8강 진출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