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9월 4일부터 16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2026 FIBA 여자농구 월드컵’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다. 세계 최강 프랑스,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 높이와 피지컬을 겸비한 헝가리와 함께 B조에 편성된 대표팀은 결전을 앞두고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대표팀의 핵심 기둥인 센터 박지수의 부상 이탈과 주포 강이슬의 무릎 부상 여파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지만, 특유의 단단한 팀 조직력과 거센 압박 수비, 빠른 트랜지션 및 외곽포를 앞세워 8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한 정면 돌파에 나선다.
1. ‘박지수 없는 골밑’ 높이의 열세, 갭 디펜스와 스피드로 뚫는다
이번 2026 FIBA 여자농구 월드컵을 치르는 대한민국 대표팀에 가로놓인 가장 큰 난관은 단연 수년간 대표팀의 골밑을 굳건히 지켜온 핵심 센터 박지수의 부상 공백이다. 발목 부상 이후 복귀를 준비하던 박지수는 가벼운 훈련과 러닝은 소화하고 있으나 좌우 움직임 시 통증과 제약이 남아있어 이번 월드컵 출전이 최종 무산되었다. 골밑의 수호신이 사라지면서 높이의 열세는 대표팀이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대표팀이 선택한 핵심 카드는 1선에서의 강력한 압박 수비와 촘촘한 ‘갭 디펜스(Gap Defense)’다. 골밑 높이에서 일대일 대결이 어렵다면 상대의 볼 핸들러를 앞선에서부터 강력하게 압박하고, 페인트존 입구를 협력 수비로 봉쇄해 페네트레이션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대표팀은 지난 3월 개최된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나이지리아의 압도적인 신장과 피지컬에 맞서 정교한 로테이션 수비와 공간 커버로 상대 공격을 일선에서 무력화하며 극적인 대승을 거둔 바 있다.
높이에서의 아킬레스건을 지우기 위해서는 결국 코트를 넓게 쓰는 스피드가 필수적이다. 상대의 실책을 유도한 뒤 곧바로 속공으로 연결하는 트랜지션 게임을 극대화하고, 얼리 오펜스 상황에서 빠르게 슈팅 찬스를 가져가는 전술적 기동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빅맨진의 사이즈 불균형을 빠른 발과 끈끈한 조직 수비로 보완할 수 있다면 대표팀은 베를린 코트 위에서 다시 한번 기적 같은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다.
2. 헝가리·나이지리아 넘어야 8강 직행… B조의 촘촘한 셈법
이번 대회 조별리그 방식은 각 조 1위 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각 조 2위와 3위 팀이 크로스 토너먼트 형식의 8강 결정전을 펼쳐 남은 네 자리를 다투는 구조로 진행된다. 한국이 속한 B조는 세계 최강 수준의 전력을 자랑하는 프랑스를 비롯해 나이지리아, 헝가리가 묶여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이 예상된다.
피바 랭킹 2위이자 WNBA 최정예 멤버 및 198cm의 괴물 신예 도미닉 말론가를 보유한 프랑스는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커 현실적으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대표팀의 현실적인 타깃은 나이지리아와 헝가리전이다. 오는 9월 4일 개막전에서 맞붙는 나이지리아는 지난 3월 한국에 패배를 당한 뒤 이를 갈고 나오는 만큼 거센 반격이 예상된다. 올림픽 등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가드 에진 칼로와 빅토리아 메콜리 등 탄탄한 피지컬을 지닌 나이지리아의 공세를 대표팀이 지난 예선처럼 템포 조절과 갭 디펜스로 잘 막아내는 것이 승부의 일차적 분수령이다.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인 헝가리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196cm의 WNBA 출신 센터 도르카 유하스와 비라그 타카츠 키스가 형성하는 '트윈 타워'는 대회 최고 수준의 높이를 자랑한다. 하지만 헝가리는 가드진의 압박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기동력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트윈 타워의 수비 커버 범위를 넓히도록 코트 외곽으로 유도하고, 메인 가드진을 강하게 압박하여 실책을 유도하는 전략을 펼친다면 헝가리를 제물로 조 3위 이상을 확보해 8강 진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3. ‘부상 투혼’ 강이슬의 외곽포와 조직력, 이변 연출의 열쇠
대표팀 공격의 핵심이자 확실한 해결사인 강이슬의 활약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강이슬은 최근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 도중 무릎을 바닥에 강하게 부딪치는 부상을 당해 슬개골 부근에 미세 실금이 가는 악재를 겪었다. 현재 통증을 안고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본인의 강한 출전 의지와 대표팀의 철저한 관리가 더해져 베를린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박소희 등 주요 외곽 자원들의 부상 이탈이 겹친 대표팀 상황에서 강이슬이 던지는 외곽포의 파괴력은 팀 전체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이다. 강이슬의 3점 슛이 살아나야 상대 빅맨진이 외곽으로 끌려 나오게 되고, 이를 통해 발생한 페인트존의 공간을 다른 가드진과 윙 자원들이 파고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강이슬에게 집중될 집중 견제를 역이용하는 전술도 필요하다. 유기적인 패스 워크를 통한 콤비네이션 플레이와 픽 앤 롤, 픽 앤 팝 전술을 적극 활용해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선수단 전원이 스페이싱을 넓게 유지하며 다각도에서 득점에 지원사격을 가한다면, 한국 여자농구 특유의 매운맛 농구가 베를린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다.
[총평]
박지수의 결장과 에이스 강이슬의 부상 투혼, 그리고 주전급 선수들의 연이은 악재 속에서 치러지는 2026 FIBA 여자농구 월드컵은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벽으로 다가온다. 피지컬과 신장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프랑스, 나이지리아, 헝가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란 객관적으로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여자농구는 1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빛나는 역사 속에서 언제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예상 밖의 저력을 발휘해 왔다. 신장의 열세를 스피드와 체력으로 극복하고, 단단한 갭 디펜스와 강압 수비로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한다면 독일 베를린의 코트는 다시 한번 기적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철저한 전술 준비와 강인한 투지로 무장한 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번 모두를 놀라게 할 이변의 드라마를 써 내려가기를 기대해 본다.